|
|
 hit: 1570
|
 미술대전 비리파장 일파만파, 비리 근절대책 마련 시급 일일정책동향에서 발췌 // 발행처 민예총 문화정책연구소 | 발행인 김윤수 | 편집인 정남준 | 2001.7.2 | 제360호
미술대전 관련 비리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관련자에 대한 엄중처벌과 비리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강력한 주장도 따라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본지는 이번 비리와 관련해 "한국미술협회 주최 미술대전 당선작 비리사건"이라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보도자료보다 더 구체적인 자료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건네 받았다. 경찰청 명의의 이 자료는 경찰청에서 발표된 비리의 내역뿐만 아니라, 비리에 연루된 화가들의 실명과 비리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비리에 연루된 미술인들이 이십 여명에 이르고, 그들의 위상이 미술계의 최상층을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리 유형과 수법도 충격적이다. 금품수수, 학연·지연 활용 등 고전적 수법에서부터 권위자 그림을 대신 출품하거나, 낙선된 그림을 당선작으로 바꿔치기 하는 등 온갖 수법이 총동원됐다. 미협 이사를 맡고 있는 정ㅇㅇ씨(54)의 경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입건됐고, 전 미협 이사장인 박ㅇㅇ씨(59)는 낙선자 그림을 당선작으로 둔갑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를, 미협 이사로 재직중인 이ㅇㅇ씨(73)는 그림을 대신 그려준 혐의를 각각 받고 입건되어 충격을 줬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돼 온 미술대전에 학연 및 지연과 금품수수에 의한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간주돼 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드러난 사건이 20회를 거치는 동안 있었던 비리의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는 추측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본지에 단서자료를 제공한 익명의 제보자의 전언에 의하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 담당자가 미술계 내외부의 압력과 청탁에 시달리다 못해 교체되거나 중도포기 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리가 얼마나 뿌리깊으면 수사 담당자가 시달림에 견디다 못해 교체되거나 수사를 중도포기 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될 법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술계 내부에서는 비리 근절과 자성론이 일고 있고, 외부적으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물 미술장식과 관련한 숱한 비리가 심심찮게 불거진 데다 미술대전마저 비리로 얼룩지자 비리근절 대책이 법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술대전 무용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는 추세도 이런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굳이 존속시켜야 한다면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이들이 미협으로부터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협은 이번 비리와 관련해 이사장단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비리가 극소수에 의한 일임을 강조했다. 미협은 또한 "명망인사, 언론인, 미술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미술대전 개혁위원회를 만든 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최고 권위의 미술대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비리의 주범들이 대체로 미협 이사 등 임원을 맡은 바 있거나, 맡고 있는 데다 조직적으로 진행된 비리 사례도 적지 않아 미협의 이런 입장을 그대로 곧이 듣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미협의 말처럼 이번 비리가 '극소수'에 의한 일이 아니라 밝혀진 비리가 극소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사들이 비리의 주체인데 이사장단 명의의 성명을 누가 그대로 믿겠으며, 그동안 그렇게 지적을 받아 왔으면서도 고치지 않았는데 개혁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냐"는 어느 미술인의 자조섞인 말에 수긍이 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자율개혁에 대한 미술계 내외부의 이런 회의적 시각은 이번 비리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강력한 비리 근절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