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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미디어오늘
글 등록 구분: 자유홍보
2010/1/3(일) 01:32 (MSIE6.0,WindowsNT5.1) 119.70.76.22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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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칼럼] 방송사들의 역사의식과 새해 어젠다 60년만에 찾아온 백호의 해이자, 국권침탈 100년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맞은 해이기도 한 2010년 새해 방송사들은 저마다 한국 현대사의 평가와 새해 아젠다를 내놓았다.
각각 상이한 화두이기도 했지만 한국의 100년, 50년을 바라보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음을 보여준 것 자체가 어쩌면 2010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대표방송, 국민의 방송을 표방해온 KBS는 대한민국 100년을 '영욕' '혼돈' '기적' '고품격'이라는 용어로 정리하면서도 그 무게중심은 '자랑스러움'과 '고품격'에 있었다.
KBS는 새해 첫날(1일) 밤 <뉴스9> 3분30초짜리 기획리포트(11번째) '대한민국 주름진 100년, 새 도약 100년'에서 앵커멘트로 "2010년은 우리 민족에게 격별한 한 해"라며 "100년 전 나라를 빼앗겼고 60년 전에는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어야 했지만 영욕의 역사를 딛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서는 기적을 일궜다"고 평가했다.
KBS 대한민국 100년 "영욕·혼돈·기적…'세계일류 고품격 향하는 MB정부
이어진 한상덕 기자의 리포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에 대해 "꼭 100년 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평했고, 해방에 대해선 "전국 방방 곡곡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의 만세 함성으로 뒤덮였으나 되찾은 조국은 가난과 굶주림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했고, 좌우 이념 대립으로 끝없는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KBS는 남한의 미군정에 대해선 누락한채 "결국 남한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대한민국 정부가 북쪽에는 김일성의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들어섰다"고 했다. KBS는 "두 동강으로 허리가 잘린 한반도는 급기야 동족상잔의 비극에 빠졌다"며 "150만명이 숨졌고 360만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KBS는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 개발에 모든 것을 걸었던 시절.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산업의 쌀을 쏟아내는 포항제철의 준공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1961년 일인당 국민소득 85달러에서 십년만에 252달러로 뛰었고 수출은 60년대 3억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1977년 마침내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970년대 초반 강남 지역의 모습들을 지금과 비교해보면 말 그대로 상전 벽해, 한강의 기적임을 실감케 합니다. 장기 독재의 막을 내린 10.26의 총성…."
"박정희 정권, 기적 실감케해" 찬양 미화…독재는?
경제성장에는 아낌없는 애정과 찬사를 포함해 상세하고도 긴 설명을 덧붙인 반면, 민주주의 파괴와 철권통치 행적에 대해서는 '장기독재의 막을 내린 10.26'이라는 짧은 문구로 생략하고 말았다.
KBS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세계 일류국가 고품격 국가를 향한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 민국"이라고 칭송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이렇게까지 미화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KBS는 "정치적 민주화의 성공과 함께 자동차와 선박에 이어 첨단 IT 제품, 한국형 원전의 수출까지 세계 10대 무역 강국으로 경제적 번영까지 이룬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자랑스런 나라"라고 마무리했다.
이에 반해 MBC는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MBC는 <뉴스데스크> 22번째 리포트(연중기획-첫회) '배려와 여유 품격 있는 사회로'에서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힘을 "치열한 경쟁심"으로 지목한 뒤 "자신만 더 돋보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모두가 잘 드러나지 않는 낭패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젠 마치 승자 없는 간판경쟁처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MBC "경제대국 끌어올린 경쟁심, 모두 패배자 만들지 몰라"
MBC는 "식민지-전쟁-독재-경제발전"의 지난 100년에 대해 "쉴 새 없던 소용돌이 속에서 버텨내야 했던 절박함은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이기심이 돼 주변 모두를 적으로 돌려세웠는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MBC는 우리사회의 가진 사람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무겁게 질타했다.
"꼬여 있는 실타래를 먼저 풀어줘야 할 힘 있고, 돈 있고, 권세 있는 사람들이 더 챙기려 한다는 게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MBC는 "우리의 상류층과 비교하면서 서민들은 절망하고, 출구 없는 답답함에 좌절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MBC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통해 물질적 풍족함을 얻은 건 분명하지만, 치열함은 추구하되 이제는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품격"의 회복이라고 마무리했다.
"힘있는 권세있는 사람들이 더 챙기려해…품격 회복해야"
SBS도 이날 <8뉴스> 21번째 리포트(연중기획 시리즈) '새로운 10년 여는 2010년…일류국가 도약 원년'에서 "망국의 치욕과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과는 눈부시다"며 "21세기 새로운 10년을 여는 2010년, 대한민국은 일류국가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SBS는 G20 정상회의 개최, 한·미 FTA와 한-유로 FTA 시행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SBS는 과제를 제시해 KBS와는 차이를 보였다. SBS는 "신년여론조사 결과 일류국가 구현을 위해 우선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국가청렴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며 "(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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