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예술의 뿌리 내림에서 개혁을 향한 성찰
원동석 ( 전 전남민예총 대표 / 미술평론가)
민예총 본부가 서울에 생기면서 다음 단계 발전은 각 지역에 지부가 결성되는 것으로, 목포에 내려간 내가 여수와 더불어 전남 민예총을 창립하는 것을 출발의 계기로(‘92) 전국 곳곳에 지부가 결성되어 각자 약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은 잘 아는 일이다.
영남에서는 진보의식이 강한 울산지부가 먼저 생기었고 정치적 지역구도 타파와 친선 교류의 목적으로 영호남교류전을 처음 갖게 되자 (’98), 내가 울산에서 ‘동서의 화합과 지역미술의 발전 과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였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이 생생하다.
이제는 지방정부의 괸리도 민예총에 대한 기존 예총과의 차별의식을 벗어나 동등한 대우와 문화행사에 사안별 협조가 보다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하자면 제도적으로 조직의 정착화를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더욱 뿌리내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제는 군 단위별로 확산될 움직임도 있다.
민족예술 운동은 총론이 있으며 각론 전개가 지역예술인의 과제이다는 점을 일찍이 나는 강조하였고, 그 방법의 하나가 해묵은 문화권력의 중앙화, 중심주의를 벗어난 지역의 독자성 확보와 자기개혁에 대한 성찰에 있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그간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회고하고 반성적 비판을 솔직히 말한다면 민예총은 조직의 정비와 확산이라는 문화세력으로서 엄연한 틀을 갖춘 기구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단체라는 긍정적 발전의 면모가 있으나, 어느 사이에
예술운동의 자가발전은 정지된 채, 형식만 남은 조직체로 변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민예총은 운동의 전진기지도 아니며. 그 능력도 상실하고 없다. 아예 운동의 단어 조차 없을 정도이다.
초창기에는 운동의 활로와 창작성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담론이 형성되는 듯하였으나, 철저한 성찰의 보고서도 출간된 적이 없고 초기 선배들 운동론
미약한 이론을 극복할 후배 세대 운동가, 이론가를 눈 씻고 찾아볼 길이 없다. 처음 서울의 ‘민족예술’ 잡지가 이런 역할을 담당하여 이론그릇을 자처하였으나, 편집진용의 세대의식 차이인지, 민족예술운동과 상관없는 포스트모던 이론해설만 계몽식으로 늘어놓더니,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그나마 현장 활동을 하는 창작자 탐방으로 지면을 메꾸다가 적자예산, 독자호응이 없어 깃발을 내리고 말았다.
각 지역마다 장르별로 문화예산을 받아 해마다 각종 전시, 행사가 난무할 정도로 무성하여 일견 창작 열기가 풍성하고 활발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내용의 깊이를 들여다보면 해마다 반복되는 상투적 주제와 옥석이 구분되지 않는 태작들, 전혀 기존 예총과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그저 회원 이름만 빌린 작품들의 난발로 예산 낭비를 한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리에 이론가들이 들어설 틈이 없다. 스스로 자신의 전시행사를 평가하는 반성적 미덕도 없으며 담론 자리를 마련하는 풍토도 나는 아직 접한 적이 없다. 지역의 환경예술을 아직도 좌지우지하는 관료들의 행태에 공적으로 이의제기하여 문제를 삼고 공분할 줄 아는 연대감 조성도 없는 것이 내가 아는 지역민예총의 실정이다.
지역정부가 주도한 문화예술 사업에 제도적 보완점, 개선의 여지가 너무도 많은데 명색이 예술전문가들이 손발 놓고 구경만 하고 있으니 민예총의 존재의미가 무엇인가 반문하고 싶은 것이다.
( 이것은 내 경험에서 나온 말이며 혹 과문하여 전체 실상으로 오해하고 있다면, 반증 자료를 내게 전송해 주기 바란다.)
이론의 보강이 없는 창작의 풍요는 공허한 것이다 이론은 창작정신에 역사적으로 현대적으로 그 값을 매겨주는 역할이다. 그리고 수용층의 감상에 매개 역할을 하는 징검다리이다. 물론 창작만 열심히 한다면 누군가 평가할 날이 오리라는 기대감에서 과거의 불우한 천재신화를 상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신상품만 선호하는 현대의 수용층은 이론가마저 외면할 때 동시에 망각한다. 이론은 예술계의 여론을 형성하고 환기하는 작업인데 이를 홍보하는 창작집단의 자기 평가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족예술이 고인 웅덩이처럼 정체되어있다는 소리는 이런 뜻이다.
물론 이론가라고 간판을 건 사람들이 정부 후원의 각종 전시, 이벤트 기획 행사에 주도적 명함을 걸고 실속을 챙기는 이론의 변질, 책무 포기를 지나쳐 갈 수없으며 이점 질타할 자신이 있다면 우선 비평의 풍토 조성에 앞장 서는 것이 가뜩이나 이론가 부재의 지역예술의 첫 과제일 것이다 초기 민예총 창작가들은 제법 이론 몫을 당당히 개진하는 문무겸비의 전사이었다. 지금은 그 뿌리의 사상이라고 할 수있는 고전의 공부, 기본미학도 제대로 교양 삼지 않는, 무지한 학교교육의 폐습이 그대로 전수된 무지, 무식한 예술인들만 양산되고 있는데 민예총 식구들은 아니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의 초발심으로 거듭 태어나는 자세의 고뇌를 안아야한다.
글로발하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이렇다 할 세계동향의 조류도 없으며, 어디를 흉내낼 필요도 없는 것이 민족예술의 자기 모습이다. 이의 새로운 활로는 지역예술로부터 공급받아야하는데 갈팔질팡 하여 독자성을 못찾는 것이 지역예술의 현주소이다. 활로가 막히면 문제의 기본부터 검토하고 우리의 미학을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점 나는 어느 담론의 자리에서도 응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정도로 밝혀둔다.
울산은 영남에서 가장 정치적 진보를 확보한 곳이다. 이점에서 예술의 진보의식 높으리라고 보며 정치적 자문행사를 할 수있게 영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초발심을 잃지 말고 이론가를 키워내는 풍토 조성에 앞장서기를 바랄 뿐이다.
울산민미협창립10주년 기념전-지역 현실주의 미술의 현재와 전망 원고 내용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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