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세 화가 장창익 첫 개인전 지뢰에 한쪽 눈·다리 잃은 51세 화가 첫 개인전
장창익씨, 30년간 그린 작품 13점 전시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입력 : 2008.03.06 22:41 / 수정 : 2008.03.07 06:43
- 눈 쌓인 지리산에 흐드러지게 핀 홍매(紅梅), 죽죽 뻗은 푸른 댓잎…. 두툼한 장지에 동양화 물감을 스무 번 넘게 칠한 동양화 13점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 '첫봄'전에 걸렸다. 이 전시는 만 21세 때 지뢰를 밟아 왼쪽 발과 왼쪽 눈을 잃은 뒤 30년간 혼자 그림을 그려온 화가 장창익(張昌翼·51)씨가 생애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한때 저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지요. 군에 가기 전까지 고향 여수에서 음악 다방 DJ를 했어요.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즐겨 틀었죠. 독학으로 유화도 그리고…. 매일이 즐거웠죠."
그는 키 182㎝의 우람한 장정이었다. 입대한 지 넉 달 만에 판문점 인근 육군 1사단 병영에서 월동용 무 구덩이를 판 뒤 화장실에 가려고 내무반 옆을 지나다 지뢰를 밟았다. 낙향한 청년의 눈앞엔 막막한 생애가 펼쳐져 있었다.
- 가출해서 여관에 틀어박혀 있을 때, 큰형이 찾아와서 "동양화 한 번 배워보지 않을래?" 했다. 그는 남농(南農) 허건(許楗·1908~1987) 문하에서 2년간 사숙하고, 미대 입시에 도전해 추계예술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나 졸업 직전 교통사고로 엉덩이 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고 다시 한번 좌절했다. 그는 다시 낙향해서 돼지우리를 개조한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연금으로 먹고 살면서 가족도,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그림만 그렸다. 96년부터 4년간 고기잡이 배 선원 생활도 했다.
장씨는 "30년 전에 절단되고 없는 왼발이 지금도 날만 궂으면 쑤신다"고 했다. 절단 환자들이 '도깨비 병'이라고 부르는 통증이다. 신경 종양도 앓았다. 하루 세 번씩 진통제를 맞으러 병원에 달려가던 시절도 있었다. "마흔을 전후한 몇 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진통제 사고 남은 돈으로 화선지, 장지, 먹을 사서 그림만 그렸지요. 고통에 대한 오기였는지도 몰라요."
그는 2001년 순천에서 화방을 하던 아내(46)와 결혼했다. "평생 시골에 살면서도 거기 꽃이 있는 줄 몰랐는데, 각시를 만나니 꽃이 보입디다" 하고 쑥스러워 했다. 장씨는 여수 율촌면에 있는 허름한 농가를 세 내서 하루 14~15시간씩 가로, 세로 2~3m짜리 거대한 장지에 꽃을 그렸다. 풍문을 들은 서울의 화랑 주인이 "대관료 받지 않을 테니 작품만 싣고 오라"고 했다.
장씨는 "그러나 나는 뜻밖에 담담하다"고 말했다. "내 전시는 수백 건의 전시 중 하나일 뿐이죠. 누구에게도 주목 받지 못할지도 모르고요. 그런들 어떻습니까? 꽃도 마찬가지지요. 나무는 온몸의 역량을 꽃에 집중하지만, 때가 되면 열매를 맺건 못 맺건 꽃은 집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요?" 전시는 11일까지. (02)734-7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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