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가격정보 폐쇄성이 가장 큰 문제”
▲ 지난주에 연이어 열린 두 개의 미술시장 관련 세미나에서는 음성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미술작품 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미술시장 관련 세미나 연이어 열려
최근 확장일로를 달리고 있는 미술시장에 대한 미술계의 반응은 미묘하다. 시장 확장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맹렬히 확장하는 기세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 지난주 열렸던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 주최의 ‘한국미술시장 발전을 위한 현장진단 세미나’(10.11)와 한국화랑협회 주최의 ‘건전한 미술시장을 위한 세미나’(10.12)가 주목되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미술시장이 주제였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미술시장 발전을 위한 현장진단 세미나’에서는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와 강효주 필립강갤러리 대표, 컬렉터 윤돈, 이철량 전북대 교수, 김영석 월간 아트프라이스 발행인 등이 참여해 미술시장의 ‘호황과 과열’에 대한 현장진단이 이뤄졌다.
최병식 교수는 ‘한국미술시장의 트렌드와 대안’이라는 제하의 발제문을 통해 경매 2000억 원, 아트페어 245억 원, 아트펀드 200억 원, 공공미술 800억 원, 뮤지엄, 정부컬렉션 200억 원, 갤러리 600억 원 등 올해 미술시장의 규모를 4000억 원대로 추정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지난해에 비해 약 70% 늘어난 규모며, 말 많은 동네 ‘경매’만을 따져보면 근 2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를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최 교수는 현 국내 미술시장, 특히 경매 시장은 이른바 ‘블루칩 작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실정이며, 단기투자와 일부 거품가격의 등장, 글로벌마켓 보편성 무시 등 “투자자금이 단기간에 유입된 것에서 비롯된 현상”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작가로써 이번 세미나에 참여한 이철량 교수는 미술시장 호황이 “과연 긍정적인 호황인가, 아니면 불안정한 과열인가”라고 질문을 먼저 던진 뒤, “작가들에게는 마치 쓰나미를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자문자답했다.
이 교수는 특히나 젊은 작가들이 시장 매커니즘에 발가벗겨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팔리는 작품의 경향, 팔 수 있는 작가의 모든 것이 흥미의 대상이 되어 정작 이즘이나 작품성 논쟁은 그들 토론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작품의 가격 결정이 매우 음성적이고 한정된 공간에서 편의적으로 형성되어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여과없이 공개시키고 있는 구조와 작품 가격을 구성할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있는 지방작가들의 실정을 지적하며, “미술시장의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렁차게 출발했던 대표적 옥션들이 철저하게 미술시장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전했다.
컬렉터 윤돈 씨 역시 정보의 폐쇄성이 미술시장의 가장 큰 문제지점이라며, “가격정보공개와 투명화를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랑업자, 경매업자, 평론가, 큐레이터 등 미술계 인사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던 ‘건전한 미술시장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손수호 국민일보 편집부국장, 강효주 필립강갤러리 대표, 박영택 미술평론가, 정준모 한국시각예술정책연구소장이 참여해 미술시장 유통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전개됐다.
정준모 소장은 지금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지적됐던 미술시장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유통부문을 책임지는 기구 ‘미술품 유통업연합회’(가칭)를 만들어 회원 등록제로 운영하고, 미술시장 관련 자료를 총괄할 ‘한국미술문화 진흥재단’도 설립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강효주 필립강 대표와 토론자로 나선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현 국내 미술시장의 유통구조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면서 “1차 시장인 화랑과 2차 시장인 경매가 그 원칙에서 벗어나 지금처럼 왜곡되어 돌아간다면 언젠가는 미술시장이 와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영택 평론가는 “화랑은 명품 브랜드의 수공예품을 소량 생산하는 공방 같고, 큐레이터들은 그런 장인들을 찾아 다니는 매니저들 같다”고 비판하며, 미술의 상업적인 면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현 미술시장에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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