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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과받기 전엔 눈 못감는다더니.." |
위안부 피해자 故 문필기 할머니 빈소 찾은 일본인들
(광주=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할머니..그만 고통받고 편히 쉬세요"
7일 오전 지병으로 타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문필기 할머니(82)의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광주장례식장.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아 여동생이 유일한 혈육인 문 할머니의 빈소를 지키는 일본인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교환학생 등으로 한국에 와 있는 일본인 유학생들과 일본의 시민운동가들 30여명으로 문 할머니의 빈소를 3일간 교대로 지키며 가족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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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서 기다려요.." |
이들은 평소에도 나눔의 집을 정기적으로 찾아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매년 두차례씩 한국 학생들과 함께 역사체험 프로그램 '피스로드'를 나눔의 집에서 열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한편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집회를 열고 있다.
또 국내 대학생들에게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알리기 위해 대학 캠퍼스 등에 할머니들의 증언을 녹음한 '사운드 박스'를 설치하는 작업도 이들이 주도했다.
장례식에서 일본인들을 대표해 추모사를 한 무라야마 잇페이(28)씨는 "(할머니가) 임종 전 병원에서도 항상 '일본의 사죄가 있었느냐'며 활동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셨는데..가슴이 아프다"며 "항상 손자처럼 잘 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잇페이씨는 2003년 연세대에 유학왔다가 나눔의 집과 역사관을 방문한 뒤 역사관 연구원으로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할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뒤 이날 오후 위안부 증언집회를 열기 위해 강일출 할머니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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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편히 쉬세요" |
이들 일본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내 자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내에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은 적다고 한다.
장례식에 참석한 토모히로 니이누마(24.동국대 국제통상학부)씨는 "일본인들 대부분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과 사죄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할머니들을 모시고 일본으로 가 증언집회를 열면 몇몇 시민.여성단체 관계자들만이 참석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젊은이들이 찾아올 때마다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으며 '너희들만 믿는다..고맙다'고 손을 꼭 잡아주시는 할머니들께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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