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광무동 글 등록 구분: 방문소감 2009/11/25(수) 15:37 (MSIE6.0,WindowsNT5.1,SV1) 125.244.76.135 1024x768 | |
 강추....노동자는 선이다 글이 참으로 명쾌합니다. ----------------------------------------------------- 이런 노동자들 이야기를 밤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20여 년 세월 동안 노동 상담 일을 하면서 만난 노동자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 이었습니다. 도대체 노동조합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기억해 주십시오. 이런 일을 노동자들이 혼자서 하면 너무 어렵고 힘이 드니까, 같이 모여서 서로 도와주며 합시다, 그게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왜 이런 선한 사람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을까요? 그러한 현상에 대 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최정규 교수가 그 분야의 권위자인데, 그분의 책 <이타적 인간의 출현>에 포함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실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던 논문입니다. 황우석씨 논문도 여기 실렸다고 난리가 났었잖아요.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과학자들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이해를 빨리 하기 위해서, 죄송하지만 여러분을 잠깐 동안 원숭이로, 저는 사육사라고 가정합시다. 여러분은 태어난 순간부터 이 공간에 갇혔습니다. 훈련과 학습의 경험이 모두 차단당한 채,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습니다. 숫자 하나, 글자 하나, 어떤 개념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은 채 본능만 있는 존재로 사육된다고 합시다. 사육장 가운데 투명한 막이 하나 쳐져 있는데, 제가 먹이를 주면서 이쪽 원숭이들에게는 먹이를 두 개씩 주고, 저쪽 원숭이들에게는 먹이를 한 개씩만 주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먹이를 한 개씩 받은 원숭이들 중에서 소수의 몇 마리가 자기 먹이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면서, 즉 자기 먹이를 포기하면서 이 불평등에 저항한다는 거죠. 그런 평등의 개념에 대해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데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소수가 있다는 겁니다. 너무 도식화시켜서 이해가 잘 안 되시는 모양인데, 실제와 조금 더 근접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쪽 절반의 원숭이들한테는 아주 잘 익은 달콤한 포도를 주면서, 저쪽 절반의 원숭이들한테는 오이 조각을 줍니다. 그 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죠? 오이를 받은 원숭이들 대부분은 그냥 서걱서걱 먹지만 소수의 몇 마리는 자기 오이를 사육사에게 집어던지면서,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선택을 감수하면서 그 불평등에 저항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학자들의 얻은 결론이 무엇이었을까요? 평등의식이나 정의감은 학습 효과 이전에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본능이라는 겁니다. 원숭이들이 불평등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방향으로 진화 했다는 겁니다. 자연 상태에서 수만 년 세월 동안 공동체 생활을 유지해 온 영장류들에게 왜 그런 유전인자가 형성됐을까요?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전체 구성원들에게 유익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냉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제한된 먹이를 골고루 나눠 먹으면서 최대 다수의 건강한 새끼들을 낳는 데에 도움이 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이라고 말합니다. 항상 어딘가에 소속될 수밖에 없는데 그 소속된 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여러분처럼 누군가 나서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왜? 그래야 인류 사회가 올바로 발전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와 유사한 원리를 수학적으로 정리한 학자가 있습니다. 그 수학 이론으로 199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정태인씨가 전공인데, 이 학자가 수학 이론을 발표하고 노벨상을 받을 때까지 50년 세월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수학자가 왜 경제학상을 받았을까요? 그 사람의 수학 이론을 50년 세월 동안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생존해 있는 ‘존 내쉬’ 라는 수학자입니다.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있습니다. (뷰티플 마인드〉입니다. ‘러셀 크로우’ 가 주연을 맡았죠? 그 영화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 자막이 하나 올라옵니다. “내쉬 균형이론은 국제무역 협상, 국가 노사관계, 진화 생물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옳게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자 이제 봅시다. 국제무역 협상은 강대국들과 약소국들의 갈등이고, 노사관계는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갈등이고, 진화 생물학 역시 약육강식 곧 강자와 약자의 갈등 관계입니다. 강한 존재와 약한 존재가 얽혀 있는 공동체 내에서 전체 구성원에게 가장 유익한 선택을 수학적으로 찾아낸 것입니다. 경영학과에 다니시는 분은 게임 이론으로 간단히 배우고 넘어가죠. 본질은 이거예요. 결론을 도식적으로 단순화하면, 경제적 효용 가치의 크기는 구성원 들이 나누어 가진 몫을 곱한 값에 비례한다는 겁니다. 저에게 이렇게 딱 부러지게 설명해 준 사람이 천재 경제학자 양신규씨입니다. 이 친구가 살아 있었으면 제가 더 많이 배웠을 텐데, 아깝게도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똑같은 재화를 자본과 노동이 9 대 1로 나눠 가지면 그 곱한 값이 9×1=9밖에 안 되잖아요. 8 대 2로 나눠 가지면 8×2=16이 되겠지요. 5 대 5 로 나눠 가지면 그 값이 5×5=25나 됩니다. 결국 평등해질수록 전체에 유익하다는 거지요. 그 복잡한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너무 간단히 도식화한다는 것은 섬세한 다른 요소들을 사장시킨다는 단점이 있지만, 하여튼 그렇습니다. 내쉬 균형이론의 교훈은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이 그 수학 이론의 기초를 처음 어디에서 발견합니까? 예, 맞습니다. 술집에서 발견합니다. 남학생들이 술집에 모여서 놀고 있는데 그 대학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난 여학생이 들어서는 순간, 복잡한 갈등 관계가 형성됩니다. 부자 남학생과 가난한 남학생, 우등생과 열등생, 예쁜 여학생과 못생긴 여학생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주인공이 머릿속으로 골똘히 계산하다가 결론을 낸 뒤, 동료들을 모아 놓고 설득합니다. “제일 예쁜 여학생한테는 아무도 가지마. 제일 예쁜 여학생을 아무도 넘보지 않으면 그것이 결국 모두에게 가장 유익한 선택이 될 거야." 그 이유를 시청각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옵니다. 이 대사에서 연상되는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표현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제일 예쁜 여학생한테는 아무도 가지 마라." 속된 표현으로 하면 ‘가장 강한 놈부터 집단 따돌림 시킨다.”는 겁니다. 그럼 이 장면에서 생각나는 우리 주변의 비슷한 현상이 뭐 없나요?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노동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상황을 회사에 대입해 보십시오.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제일 힘센 사장한테는 아무도 가지 마.” 즉 “사장 빼고 나머지 다 모여라.”, “공장장 빼고 나머지 다 모여라.”, “팀장 빼고 나머지 다 모여라.” 이 자리에 지금 지점장 하시는 분도 오셨지만 “지점장 빼고 나머지 다 모여라.” 이런 시스템이 결국 전체 구성원들에게 가장 유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 아닙니까? 노동조합이 사회 전체에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수학적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는 거지요.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작은책 스타가 바라본 세상) 中 <불평등에의 저항은 본능> 하종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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