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4일 철수하는 조훈 개인전을 어제 봄. 집 안에 전시 브로셔가 자꾸 눈에 띄길래 종료 전에 직접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은 하던 차였는데, 루프의 '미소녀' 큐레이터 양지윤씨가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있다고 전화를 걸어온 것. 근처에서 다른 약속도 잡으면서 내친 김에 발길 돌리는데 인색한 홍대 일대의 전시를 보고 온 것. 한데 집에서 굴러다닌 브로셔는 입수 경로는 우편 배송이 아니라, 지난 최경태 개인전 때 작가가 내게 직접 건넸다고 어제 작가로부터 들었다. 이런... 그 얘길 듣고도 한참이 지나서 가까스로 기억이 났으니, 내 명도 이제 다한 건지.

 

제작 배경이야 딴 판이라지만, 결과물들만 놓고 볼 때, 이제 최경태를 두고 음란 작가니 야하니 하는 흰소리를 해대는 시대는 완전 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연히도 루프는 노출 수위에서 강도 높은 국내 작가에게 올 해만 두 차례 발표 기회를 준 것이다. 99년 무렵부터 민심에 이반하는 비주얼로 승부한 장지아의 상반기 전시가 그 중 하나. 

 

성인 전단물이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야한 포즈의 모델들을 무차별 채집, 대상 부위를 도려내 부조로 재제작했다. 물론 석고처럼 순결한 백색 표면을 뒤집어 쓰면서 전단지 고유의 조야한 날림의 흔적은 죄다 지워진다. 그렇지만 순백의 음란물도 이렇듯 선정적일 수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얇게 패인 저부조의 느낌은 모델을 벽면에 붙들어두고 관객의 시선 세례를 유도한다. 이를테면 '한 없이 고결한 포르노그라피로'로 마감된 것 같은.  부조로 대표되는 이번 전시 외에 두루마리 휴지 위에 음화 드로잉 '설치물'(이게 어떻게 가능할지는 직접 봐야 알 수 있다)도 창의적이다.

 

전시정보: http://neolook.net/mm07/071014b.htm

 

 

 

art critic_ 반이정_ http://dogstyl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