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t: 1598
|
부정의 정신과 긍정의 정신 부정의 정신과 긍정의 정신
강요배(화가)
새로운 미술은 세계에 대한 부정의 정신과 긍정의 정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부정의 정신은 허구적이거나 경직되게 기능하는 여러 형태의 틀거리들을 해체하고 파괴하여 정신을 해방 시키려 하며, 긍정의 정신은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고 건설하여 자신을 확장하려 한다. 미시적으로 보면, 두 정신이 시간의 흐름과 계기들을 따라 수시로 교차하지만, 전체의 전개를 거시적 시각으 로 간단하게 압축해 볼 수도 있다.
지난 한 세기에 걸친 제 1세계 미술에서는, 산업사회가 발전하는 기간동안 비교적 긍정의 정신 이 지배적으로 작용하였으나, 후기에 들어와서 산업사회의 여러 모순이 드러나면서부터는 부정의 정신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학과 정치력, 경제력을 더욱 강화해온 이 제 1세계 현대미술의 기조 가 된 긍정의 정신은, 크게 보아 인간의 내면과 외면, 사물의 표리등 세계사물의 다면성을 인식하 는데서 출발했다. 이것은 전 시대의 일률적 관념에 의한 전일적 시각을 지양한 개별적이고 주관 적 시각을 지닌 창조적 자유인으로서의 '개인성'의 확립과정이었다.
한편, 한 위대한 사상에 기초한 무모순의 사회체제 건설을 목표로 했던 제 2세계에서는 미술의 '사회성'에 주목했다. 또 하나의 긍정의 정신은 문예가 한 개인을 지니는 사회적인 것이며, 하나의 과목임을 넘는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의 한 방식으로서, 탁월한 예술은 역사를 추동하는 큰 힘을 지닐 수 있음을 믿었다. 그런데, 이처럼 양대 세계의 건설, 발전전기를 관통하는 세계 긍정 의 정신은 미학 또는 미학사상에서 각각 일정하게 '개인성'과 '사회성'을 확립해 냈지만, 이 시기 를 지나서 정치 · 경제적 모순이 심화되는 조건에서는 자기 한계르 ㄹ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제 1세계에 있어서 이미 확보된 창조적 자유를 지닌 '개인성'이라는 것도 완강하고도 치밀한 정치 권력과 자본의 논리망 안에 포위 되고 있는 추상적이거나 허구적인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감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비관적 국면에서 부정의 정신이 촉발되었다. 부정의 정신은 자신을 둘러싸 고 있는 권력 구조와 자본의 관계 그것의 자기 증식을 위해 개인들 또는 주변을 통제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여기서 발견된 사물은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층위의 맥락 위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다. 부정의 정신은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기존의 단순소박한 이해맥막을 해체· 반전 · 개입· 이탈 등의 도하전략이 익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지평을 찾는데 성공할 것인가?
인류의 이상을 앞세우고 한 세기에 걸쳐 시도되었던 제 2세계의 거대한 계획은 이제 스스로 물 거품처럼 해소되고 말았다.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탁월한 정신이어야 했던 예술은 가치의 주권을 정치권에 위힘하고 스스로 도구화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오용되고 말았다. 미술에 있어 서의 사회성은 권력과 결합되어 반사회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상이 제 3세계 한반도가 식민지와 분단의 고통을 겪는 동안 1,2세계에서 전개됐던 미술운동 의 거친 정리이다.
이 시기에 우리 미술은 언제나 외래 사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미술로 변신해 왔다. 외래 사조의 유입은 말할 것도 없이 필연적이고 당연한 것이었으나, 우리의 삶의 상황조건 과 결부된 자주적인 반성이 부족하였다. 이를 지양하여 80년대 초에 이른바 <비판적 현실주의> 미술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성격상 두 개의 경향을 결합하고 있는데, 민족 · 민중이라는 특수하고도 다분히 정치적인 개념을 지향하는 경향과 산업사회 속에서의 개인이라기 보다 보편적 이고 경제적인 개념을 중시하는 경향의 결합이다. 다시 말하면 특수하고 전통적인 정신과 자주적 으로 수용된 제 1세계 일부, 전 · 후기의 사조가 중첩된 형태였다.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격동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민중미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이 론적으로는 미술의 '개인성'이 급격히 지양되면서 <현실주의>가 제기되었다. 이것은 대체로 미술의 '사회성'을 확립시킨 제 2세계 사조의 유입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도 이미 중반으로 접어드는 오늘날 안팎의 상황은 비교적 단순하게 도입된 현실주의를 반성케하고 있다. 현실주의 이론상의 '전형성'은 사물의 '다면성'에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제 2세 계의 결말이 시사하는 바는 가치판다느이 주체로서 '개인성'을 유보할 때는 미술의 '사회적 오용' 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술의 사회적 유용성이 폐기되어야 할까? 지양된 개인성은 '참된 개인성'으로 발전적으로 확보되어야 하지 않을까? 참된 개인성의 확보와 미술의 참된 사회성의 확보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먼 거리에 있지 않다.
분단 모순을 극복해야만 하는 첨예한 역사적 운명의 이 제 3세계 한반도는 금세기 보편적 정신 의 소산인 부정의 힘과 긍정의 힘을 자주적이고도 현실정합적으로 정밀하게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