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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역예술의 도약을 향하여  - 중심의 터잡기와 길트기-                                                                                                                            원동석 1. 서울 중심의 벗어나기 21세기를 향한 지역예술의 과제는 무엇인가? 지역예술은 지역주의(regionalism)에 근거한 예술이라고 우선 정의한다. 21세기가 ꡐ세계화ꡑ, ꡐ지구촌화ꡑ시대로 변해 가는데 무슨 시대 역행적인 지역주의인가 의문할 것이다. 세계화시대에서는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이미 약발이 들지 않는, 시효가 만기된 약품처럼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80년대가 민족주의의 총론시대라면 90년대는 민족주의의 각론시대, 민중주의에 기초한 지역주의 발전시대라고 강조하였다. 그런데 민족주의가 시효만기 되었으니까 동시에 민중예술도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는 소리가 내부에서 터저나왔다. 과연 그러한가? 이같은 주장의 목소리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중앙(서울)에서 수입문화의 첨단을 잘 읽어내는 지식층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한번도 지역문화의 현실을 체감하지 않았으며 민중문화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자가 발전하기도 전에, 새로운 변화를 주장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변화의 문화 중심어, 21세기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새로움을 말하지만 새로움의 정체는 없다. 그럼에도 21세기를 예고하는 서울의 유행 변화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굳히 설명하자면 국가의 존립, 경제 기반을 여지없이 뒤흔든 환란 위기, 국제 금융자본의 세계화(패권화)의 위력을 실감하였고 살아남기 위한 대응으로써 현정부의 시장주의적 개혁 드라이브(신자유주의), 재벌 및 노사관계의 구조조정, 벤처 문화산업의 육성 등 디지털 테크놀로지, 통신기술의 놀라운 발달 속도에 맞추어 나가는 문화의 지형 변화, 현실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물론 이 변화의 현실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포스트 모던이 즐겨 쓰는 용어처럼, 중심의 해체, 경계의 허물기와 넘나들기, 혼성(뒤섞기), 모방(짜깁기)등은 필연적이며 삶과 예술/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등등 여러 가치 영역에서의 전도현상, 혼란은 새로움을 준비하는 카오스적 진행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수입사상을 통해 읽어낸 현대 문화론자들의 해석이다. 물론 이 해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자생이론은 김지하의 율려사상 이외에 거의 없으며 더욱 빈약한 지역에 기반한 이론가가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관념적 논의가 아닌 구체적 현실문제로 돌아가 되짚어 보자. 먼저 중심의 허물기로서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 나아가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이 허물어 졌는가? 전혀 아니다. 정치/경제의 중앙 지배적 구조에서 지역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특히 문화구조는 어떠한가? ꡐ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ꡑ는 책이 베스트 셀러 품목에 올라 있는데 조선조 5백년 해묵은 유교적 사고의 습성이 현대에 와서도 구조적으로 얼마나 무의식 깊이 박혀 있는가를 폭로하고 있다. 군왕이 거처하는 서울 중심적 유교문화/ 위계구조가 얼마나 지역문화의 부재를 이루었는가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 겨우 남도문화가 자신의 정체성/ 남도성을 거론하고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적 자본주의, 정경유착의 독과점 체재는 더욱 중앙 지배적 구조를 강화하여 왔다. 도대체 한국 정치권력의 구조가 오늘의 지자체에 얼마나 자유로운 공간을 주고 있는가? (물론 북한의 권력 구조도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국민정부는 동서의 화합과 지역주의 극복을 내걸고 있다. 여기에 호응하는 많은 실천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기 ꡐ영호남 교류전ꡑ도 작년부터 시작된 자발적 예술운동의 하나이다. 그것은 과거의 권력 구조- 중앙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특정지역을 볼모로 삼아, 지역적 편향과 차별 정책을 삼으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한 결과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그럼에도 구조적 모순 구조는 개혁되지 않는 상태에서 여야의 권력 쟁탈전은 여전히 반복될 것이며 각성되지 않는 지역 대중은 여전히 선거철만 되면 휘말려 들 것이다. 선거를 통해 다수표를 획득할 수 있는 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해 정치가는 선동할 것이며 권력의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특정지역은 앙갚음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박정희의 죽음 20주년을 맞이하여 때아닌 박정희 신드롬, 우상화 바람이 여야 정치권에 불고 있다. 보수적인 야권의 속셈이야 뻔한 것이지만, 가장 박정희 정권에 피해를 본 김대중을 중심한 여권 세력도 박정희 기념사업을 지원하는 등 그 지역의 민심 잡기에 갖은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것이 50년이나 걸린 한국 민주주의 현수준이자 지역 대중의 현실인식이다. 박정희가 민주반역의 상징이자, 군사문화의 뿌리였고 천박한 자본주의, 정경유착의 역사적 표본이라고 역사학자들이 증언하는데도, 전두환, 노태우를 만든 세력은 경제 성장을 촉진한 신화의 장본인처럼 우상화한다. 즉 민주발전을 박해하면서 친일, 친미로 기득권을 누린 우익 보수세력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보여주는 것이 20세기말의 한국 현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해체되었고 어떻게 변화하였다고 떠들 수 있겠는가? 오늘의 국민정부가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정부라고 말하지만, 스스로 민주화 투쟁에서 얻은 정권도 아니며 권력의 쟁취가 민주화와 상관없는 우매한 다수논리로 이룩되며 또한 권력의 자기 보전 속성은 항상 기득권을 누린 관료/자본의 상류층과 결합한다는 것은 권력 구조의 변함없는 역사 법칙이다. 인류사는 오랜 봉건 전제주의에서 프랑스 혁명을 통한 브르조아 민주주의로 바뀌고 다시 브르조아 권력구조를 뒤엎은 프롤레타리아혁명을 달성했으나 궁극적으로 지배권력의 구조를 바꾼 것이 아니다는 사실은 현존한 사회주의 국가 체재가 증명하고 있다. 분단의 비극을 겪고 있는 남과 북이 민족의 통일을 지상의 과제로 내세 우면서 어려운 것은 ꡐ적대적 의존 관계ꡑ로 상호의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력의 본질, 그 중심을 해체하는 것- 무정부주의적 이상이야말로 21세기 ꡐ세계화ꡑ에 걸맞은 화두라고 할 것이며 한국에서 일고 있는 NGO운동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시민운동으로 성장해야할 것이다. 작은 정부의 지향, 내가 말하는 진정한 지역주의는 이것이다. 지역주의는 중앙 권력을 정점으로 하는 지금의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의 권력 중심을 분산시키고 최소화하는 지역의 평등주의, 등권화의 확보이다. 지역경제의 자립성, 문화의 독자성, 창의성을 확보하는 운동이다. 한국경제를 살리는 것은 거대 독점자본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육성이라고 떠드는 것처럼 한국 같은 국가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 금융자본-카지노자본에 대항하는 상호의존적인 작은 경제의 등장일 것이다. 어차피 포스트 모던의 세계가 중심의 허물기와 넘나들기 경지에 와있다면 미국 중심의 정치, 경제, 문화 패권주의를 허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수많은 새로운 중심들이 생겨나야 이론적 타당성을 가질 것이다. 내가 지역예술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이유는, 모든 문화의 중앙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장악되어 있는 봉건유제적 구조에서 첨단문화의 선진기지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이 거대한 도시문명의 팽창성이 자연과 더불어 사유하며 감성을 길러내는 공간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을 하려면 서울로부터 탈주가 빠를수록 좋다. 천혜의 자연 속에 예술의 생명이 숨어 있음을 지역예술가들은 자각할 수있기 때문이다. 2. 디지털 아트의 허와 실 지금의 기술 발달, 특히 디지털 기술의 총아로서 컴퓨터의 놀라운 보급과 발달은 소리, 문자, 영상의 경계 영역을 넘나드는 멀티미디어로서 정보, 통신, 복제문화에서의 속도전을 자랑하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유전자 기술은 자연의 영역, 신화를 넘보고 있다. 따라서 지리적 물리적 인종적 경계의 영역, 중심이 문화적으로 허물어진 이상, 새로운 사이버세계, 유전합성의 생명, 신인종의 탄생을 예고하는 21세기를 앞두고 문명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생존경쟁력을 갖추라고 말하고 있다. 기술 발달이 가져온 문화의 지형 변화가 정치, 경제의 변화보다 앞질러 가고있는 것이다. 국민컴퓨터가 보급될수록 국민여론의 수렴도 빠르고 넓어지며 언론권력도 다양성과 쌍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가령 어느 한 국가의 권력 횡포는 인터넷 통신발달로 세계여론의 즉각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며 명실 상부한 국민컴퓨터시대가 되면 선거의 투표 행위도 집에 앉아서 선택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상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낙관론이다. 그렇다면 21세기 현실은 컴퓨터를 떡 주무루듯하는 N세대의 문화가 지배하고 나이 먹은 컴맹 세대는 소외되어 변두리로 물러나고 선후진국의 기준도 얼마나 컴퓨터가 보급되고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느냐에 구별된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것은 오늘의 한국문화가 돌아가는 풍토가 벌써 그러한 징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만능주의 신화에 사로잡힌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정신위기의 단면이다. 먼저 컴퓨터의 정보 및 디지털기술의 주도권은 누가 잡고 있는가 ? 단연 미국 중심이다. 유럽도 한국도 미국이 선도하는 컴퓨터의 시스템이나 인터넷 표준안에 끌러 다니며 해가 다르게 그것이 갱신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문화기술 상품이 되었다. 적은 자본으로 누구나 쉽게 돈 벌 수 있는 새로운 자본상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 상품이기 때문에 한국 국민은 영어 배우기 열풍과 더불어 또다시 컴퓨터 매니아, 디지털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컴맹을 면하기 위하여 나 자신이 쏟아 부은 시간과 돈도 적지 않았다고 말할 수있다.) 산업공해라는 말은 있어도 기술공해라는 말이 없듯이 미국 중심의 기술 우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심이 해체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자본과 기술의 중심은 더욱 공고하여졌으며 사실 21세기 N세대라는 것은 디지털문화의 블랙홀에 빠진 세대라고 정의할 수있을 것이다. 이를 비판적 관점에서 맹점을 찾아보자. 유용한만큼 유해성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의 약점이다. 국경을 넘는 각종 정보의 쓰레기 증가며, 광고 남발의 홍수에 빠져서 다양한 가치의 선택은 동시에 가치의 혼란과 신종 범죄를 유발하고 통속적 대중문화의 상품성을 획일적으로 유행시키고 패턴화한다. 오늘의 신세대 감성, 감각 문화의 배후에 숨어 있는 춤추는 인형극의 조종사가 누구인가, 흥행사의 광고주나 동대문 백화점에 가보면 그 진풍경을 실감할 것이다. 가장 핵심은 세계자본의 8활을 독점한 선진 금융자본의 신속한 이동과 주식거래, 카지노식 운영은 인류, 국가간의 빈부격차를 더욱 벌여놓은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혁명이라고 자찬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축적기술이지, 인류 구원의 손길이 아닌 것이다. 디지털기술, 컴퓨터의 이용과 효용가치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작동의 에너지는 전기이며 전파의 힘이다. 그것은 여타의 전자상품, 전파매체와 마찬가지로 전기가 없으면 쓸모 없는 폐품이며 수명이 짧은 상품이다. 4,5년마다 컴퓨터 주요부품을 교환하지 않으면 죽는, 매번 돈으로 유지되는 번거로운 기술제품일 따름이다. 거대한 도시문명의 위용이 전기 에너지 가 없다면 하루 아침에 공포의 페허더미로 변하고 마는 인위적 공간임을 상상한다면, 멀티마다어 상품은 자연 앞에 아무런 생명력이 없는 한시적 기술 과시용 물건이다. 그것은 자연의 아주 작은 생물체, 스스로 자생하는 힘과 비교하여 보면 신기할 것도 신비로운 것도 없는 인간 기술 축적의 한 형태일 뿐이다. 21세기 예술형식은 디지털아트가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고 있으며 여기에 컨셉(concept)이 작가의 영감, 모티브, 창작의 동력처럼 복합 작용하고 있다. 인간 손의  솜씨를 찾아 보던 고전적 예술은 디지털의 복제술로 의미를 상실한 것처럼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 컨셉은 컨셉을 읽는 자들의 소통일 뿐 감성, 이나 감정이 아니다. 작가의 손에 의해 솜씨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감성, 감정의 표현력인 것이다. 마르셀 듀상의 신화 이래 백남준과 같은 컨셉아트의 유행병은 첨단기술의 한시적 유희일 뿐 생명적 자연과 만나는 소통의 회로가 없다. 예술가는 손의 복권, 그 중심의 의미를 놓처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3. 민중예술의 중심점과 문화 개혁 우리는 인간이 이룩한 것과 자연 스스로 이룩한 것에 대한 거시적 안목으로 통찰할 때이다. 포스트모던이 해체, 허물기라고 즐겨 쓰는 말과 민중운동이 변혁을 핵심으로 삼은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은 허물기는 있어도 중심이 없으며 대안이 없다면변혁운동은 민중을 주체로 삼은 중심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오늘날 민중이념보다도 체재내의 개혁의 강도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으로 대체하고 있는 풍토이지만, 정의, 평등, 공동체 의 실현 등 지향하는 목적이 같다면 전략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민중이 존재하는 한 민중예술의 중심 원천은 쉽게 유행사조처럼 사라지는 문화이론이 아니다. 이 점을 민중운동의 안팍에서 바라보았던 시각의 착각이다. 민중운동은 지난날 현실변혁에 대한 정치적 열기가 뜨거웠을 망정 자기 스스로의 대안적 열매- 가령  어떤 공동체의 현실도 만든 적이 없다. 이 점에서 작은 정부- 균형과 평등성을 지향하는 지역주의, 그 지역이 안고 있는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 상생을 지향하는 지역예술운동은 거대한 도시의 디지털 문화가 아무리 첨단 유행을 복제하더라도 맞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문화운동이 넘어야할 벽이 있다. 오늘의 지자체가 갖는 지역이기주의, 무분별한 지역개발 주의라는 것은 지역 경제의 자립성이 없는 자구책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지역문화의 독자성이 없었던 풍토에서 항상 중앙의 자본/ 권력의 구조에서 익히고 배운 습성의 구조가 뿌리박힌 지방유지적 보수성이 관료층과 굳게 결합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격파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울도 그러하지만 지역의 예술문화라는 것은 정치 권력이 길러낸 제도권/ 관제예술만이 존재하였으며 다수의 인구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관료층의 문화인식 수준은 이같은 관제예술 이외에 알지 못하며 항상 교과서적 범주에 머물러 있다.( 국민정부 들어와서도 이같은 문화의식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금년 광주비엔날레 파동과 현대미술관장 임명건을 보더라도 분명하다.) 군사문화시절에 민중예술에 적대적이었던 의식의 잔재는 여전하며 현재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문화지원금에 대하여 매우 시혜적 선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점 민중예술 단체도 매우 적극적인 대응 태도를 갖지 못하고 있다. 국민세금을 거두어 봉급을 받고 국민세금으로 문화지원금을 나누어 주는데도 마치 자신들이 베푸는 것처럼 착각하는 관료들의 문화의식을 개혁하고 각성시키는 것은 지역운동의 과제이자, 제몫을 찾아내는 권리운동이라는 것을 현단계에서 높여야한다. 그뿐더러 문화라는 이름을 빙자한 비생산적인 년례행사의 소모성, 관제성, 상투성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판하여 국민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것이 개혁운동의 시발점이다. 이점에서 서울에서 출범식을 가진 문화개혁시민연대 단체와 의견을 교환하고 전문성을 확보하여 누적된 문화의 적폐를 척결하는 것을 범지역적으로 전개하여야한다. 그것은 어느 누가 무상으로 찾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확보해야할 영역이다. 우리문화 운동에서 개혁의 방향은 크게 2가지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하나는 외면적 현실을 향한 개혁이며 다른 하나는 내면적 정신을 향한 개혁이다. 전자는 앞에서 말한 현실문화에 대한 분석적인 비판과 동시에 창의적 대안의 제시로 살기 좋은 문화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외부로부터 충족할 수 없는 내면적 정신-명상적 체득을 통한 자기 개혁의 길이다. 그것은 예술감성의 마지막 종착으로서 자연과 인간의 합일적 경지의 정신 추구를 갈구했던 우리의 전통사상, 종교적 진리의 체득- 영성의 세계에 대한 예술화일 것이다. 그것은 어떤 디지털기술로써도 이룩할 수 없는 영원한 예술의 본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변혁을 통하여서만 세계를 변혁할 수있다는 진실의 체득은 바로 후자의 길에서 찾아질 것이다. 4. 김복진과 충북 예술 충북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는 내륙의 자연적 특성과 남도와 서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현대에 오기까지 정치 권력의 대립상에서 중간점의 입장을 발견한다. 그것은 중도, 달관, 방관, 침묵. 기회주의 등 인성의 장단점을 내포한다. 혁명, 투쟁의 발상은 있어도 조직으로 연결하여 발화하지 못한 곳이다. 어찌보면 내륙이기 때문에 가장 근대화의 혜택을 보지 못한 곳이자 보수성/ 전통성을 간직한 곳이다. 한국에서 가장 지역성을 담보하는 것이 각 지역의 방언인데 나는 영, 호남의 방언에서 지세의 특성과 유사함을 유추하였는데 가장 유장한 발음을 하는 충청도 방언이 어떤 자연적 특성을 닮았는지 알지 못한다. 같은 산간지역이라도 바다를 접한 강원도가  관광산업으로   놀랍게 변모하는 모습에 비하여 자원이 적은 충북은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대문화 인물사에서 보면 충청도는 신채호, 홍명희, 김복진 여운형 등 민중정신의 사표가 되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다, 가문 좋은 집안의 보수성으로부터 누습을 깬 근대성에 대한 자각의 길을 열어주었던 분들이다. 90년대 들어와서 충북의 후학들이 김복진의 예술을 기리며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김복진미술제를 연달아 연 것은 늦었던 지역조직의 출발이면서 지역예술의 특성을 보여준 선발적 사례라고 본다. 어차피 각 지역의 예술운동은 지역의 방언처럼 독자적 정체성을 찾아내는 길이라면 인물 중심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서양은 항상 개인 중심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추어 부가가치를 노리는 예술제의 특성이 있다. 예술사의 서술, 전개 방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역사적 사건, 항쟁 중심보다 한계가 있다. 식민지 시대를 여과하는 과정에서 비록 개인의 천재성을 부각할지라도 삶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며 축제의 성격은 항상 좋은 측면만을 부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관 김복진(1901-1940)은 요절한 천재가 그렇듯이 40세의 짧은 생애에 빛을 남기고 갔다. 그는 식민지 상황에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민중성의 주장을 당대의 진보적 운동의 선두에 서서 주장하였으며 자신의 창작활동을 불상조각과 연결지음으로써 근대조각의 길을 열었다. 이같은 그에 대한 연구 자료는 ꡐ김복진전집ꡑ (윤범모,최열)과 최근 ꡐ 정관 김복진과 한국근대문예운동사ꡑ(김승환)에 상세히 나와 있으므로 새삼스런 언급은 생략하겠다. 다만 여기서 논의점을 찾고 싶은 것은 그의 후반부 삶에 대한 평가 문제이다. 즉 사회주의 진보운동에 앞장섰던 지식인의 일제 검거 선풍에 그 역시 체포되어 5년의 감옥 생활을 보냈고 ꡐ카프ꡑ가 해체 선언된 다음 그가 석방되었을 때 사상 전환을 한 다음 일체의 조직활동을 끊고 창작에 전념하였던 부분이다. 이 시기 친일 행각에 대한 껄끄러운 의문 부호를 제기하고 있다. 타의적이든 자의적이든 ꡐ카프ꡑ동인의 문예인들이 해체 선언을 하고 과오를 자인한 반성문을 남기는 대열에 그 역시 합류한 것은 사실이다.( 김기진이 그의 형이자 지도자인 김복진에게 해체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민중과 결합하지 못한 지식인의 조급한 관념주의가 실패와 탄압을 가져왔던 카프의 교훈은 80년대 민중미술 상황과 비슷하다. 출옥 후 김복진은 친일인사의 조각이며 불상 등 주문 제작에 전념하며 이 시기 활동이 그를 근대조각의 효시로 올려놓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조직 활동의 재건에 힘썼다면 창작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일제의 강압 분위기에서 해외인사를 제외하고 친일과 사상전환의 제스추어라도 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국내 지식인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근대예술인의 한계, 식민지적 비극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친일의 강도가 어느 만큼이었으며 지금에 와서 친미는 놔두라고도 역대 군사정권에 빌붙은 반민주적 예술인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과거사를 쉽게 재단하면서 현실의 역사 를 무관심, 방치한다는 것은 친일문제를 거론할 자격, 일관성이 없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김복진의 과거 친일 이력이 아닌 그의 예술이 갖는 오늘의 현재성이 무엇인가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오늘 충북미술이 무엇을 중심세우고 길트기 작업을할 것인가, 창조적 작업에 전념하면서 지역미술의 역사평가는 뒷사람이 쓰는 몫으로 남겨놓읍시다.                     1999년 12월 (본글은  ꡐ영호남교류전ꡑ에서 발표한  것을 수정,  보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