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우리나라 도시 디자인의 현주소 (03_01_artp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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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시 디자인의 현주소  
"각 분야간 소통과 융합 없다면 디자인 아닌 파괴"

초고층 빌딩·획일적 간판 정비…도시 이미지 혼란 초래

겉모습 치장보단 살아가는 사람 위한 의지 녹아 있어야



가히 도시디자인 열풍이다. 공공 디자인, 공공 미술, 환경 디자인 등의 명목으로 아름다운 도시가꾸기에 온 도시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디자인 코리아를 발표하고 공공시설물에 대한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고, 이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디자인이나 공공디자인 전담부서를 마련해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겉치장에 몰두해 또 다른 차원의 도시파괴로 나아가고 있다.

◆ 과거의 흔적들

우리나라에서 도시디자인 또는 도시설계의 흔적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1970년대 소위 행복도시 건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신정권 말기 수도이전계획이 대표적이다. 박정희 정권은 안보정책에 중점을 둔 수도이전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도시 건설에 나서 당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수도 플랜을 도시디자인 관점에서 설계했으나 10·26사태로 빛을 보지 못했다.

전두환 정권은 88올림픽에 대비해 올림픽 공원조성, 한강종합개발 등으로 도시디자인의 첫 작품을 내놓는다. 이후 테헤란로와 코엑스몰 등으로 진화했다. 서울의 명물로 떠오른 인사동 골목길과 대학로도 1980~90년대 도시 디자인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들은 법적인 뒷받침에 의해 추진됐다기보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행정적 의지로 이뤄졌다.

◆ 현재의 흐름

도시디자인 개념이 법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1990년대로 도시상세구역 지정을 들 수 있다. 특정지역을 묶어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대구에서는 옛 제일모직 터와 그 일대가 상세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이후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하면서 안타깝게도 실현을 보지 못했다. 지금은 상세구역을 대체한 지구단위계획에 이어 도심재생(입법추진중)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라는 것도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시간성(역사성)과 장소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대규모 주거타운이나 상업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오히려 도시의 디자인을 망치고,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 낯선 풍경들

지금까지 도시에 접목된 디자인의 결과물은 수박겉핥기식이 대부분이다. 랜드마크라는 명목의 초고층 빌딩 건설이나 대형 조형물 건립, 획일적 간판 정비, 건물외관 치장, 가로등과 도로시설물 교체, 벽화, 경관조명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도 결과적으로 도시 이미지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도시의 역사, 건물의 성격, 거리의 특색 등에 대한 고려없이 일률적이거나 '바꾸기'(디자인) 그 자체에 몰두하다보니 여기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낯선풍경들만 만들어 놓았다. 도시외모의 성형수술에 그친 디자인사업들로 아무런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천박한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특색도 살리지 못하고,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겉포장된 도시가 지금 우리나라 도시디자인의 현주소이다.

◆ 좋은 도시는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 도시는 흔히 '좋은 건축물은 많은데 좋은 도시는 없다'는 평을 듣는다. 건물자체, 특정지역, 특정가로수길 등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아름답고 마음의 휴식공간이 되는 장소는 도시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별개의 행위로 보이는 도시 전체에 대한 계획과 개별건축에 대한 계획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모습은 달라지고 있어도 도시의 일상생활은 여전히 불편하고 힘들다. 많은 돈을 들여 도시를 아름답게 가꿔도 도시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밥그릇 지키기

이유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디자인은 새로운 영역이 아니다. 도시계획, 조경, 지구단위계획, 장기발전계획, 환경디자인, 건축, 공공미술 등 도시건설과 유지에 필요한 각 영역간의 소통과 융합을 통한 시스템 구축 또는 과정성을 살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건축따로, 도시계획따로, 공원계획따로, 환경사업따로 등 각 사업들이 총체적 연결고리 없이 따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연관사업끼리 사전협의는 하지만 법규위반여부나 행정절차적 문제에 그쳐 '협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살기좋은 도시 건설을 위해 총체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제밥그릇은 뺏기지 않고 오히려 파이를 키우려는 이해집단간의 견고한 벽이 부서지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도시디자인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 시민없는 도시디자인

어리석은 물음이지만  이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시청인가 공무원인가. 기업인가, 건축가인가. 아니면 주인이 없는가. '시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의 주인인 시민은 도시계획과 도시발전에 관한한 주인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건설과 변화를 둘러싸고 관료집단, 전문가, 이익집단이그림을 그릴 때 시민들의 참여공간은 없다. 이리저리 그어놓은 그림에 맞춰 불편하더라도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다. 편리함과 쾌적함을 위해 여러 요구를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한다. 도시설계자, 도시디자인 관계자들도 분명 출발점에는 시민을 고려했지만 결과물은 시민들에게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시민참여가 꼭 의사결정 구조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필요는 없다. 외형적인 시민참여 모습보다는 도시디자인의 전 과정과 결과물에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의지가 녹아있어야 하는 것이다.


왜 도시 디자인이어야 하나?

요즘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웬만한 도시들은 도시디자인 아니면 공공디자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열병에 휩싸여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마치 도시에 산적한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해 주는 듯, 이런저런 도시개발사업이나 정비사업을 벌이면서 시 당국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언론에서도 앞 다투어 해외에선 디자인이 이렇게 잘 되어 있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는가에 대한 질책성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도시를 아름답고 살기 좋게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다. 다만 도시디자인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가 자칫 도시관련분야에서 사용되는 도시설계와 어떻게 구분해야 할 것이며, 공공디자인이 공공시설물설계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지 않고서는 도시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가 있을까 염려된다.

어쨌든 도시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중요한 논란거리 중의 하나가 바로 도시가 디자인(설계)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도시설계라는 전문분야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울려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각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함으로써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시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듯이 그랜드 디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은 도시디자인이 간판을 정비하고, 도로포장을 깔끔하게 하며, 가로시설물을 그야말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자전거길과 공원을 만들고 강변을 정리하면서 무슨 르네상스라고 외국어를 병기해서 멋있게 포장을 하기도 하고, 세계디자인도시라는 정체불명의 도시로 선정되었다고 법석대는가 하면, 디자인올림픽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기를 하는 도시도 있다.

디자인은 말 그대로 설계일 뿐이다. 설계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그런 설계를 바탕으로 옷도 만들어지고 집도 지어지고 도시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도시디자인이라는 말을 앞세워 하고 있는 일은 도시의 바탕을 새롭게 만들고 가꾸는 일이 아니라 겉모양을 예쁘게 화장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화장은 씻으면 없어져 버리고, 치장은 걷어치우면 그만이지만, 도시는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칠하고 지우는 대상이 아니다.

도시는 대단히 복잡하며 또 항상 변한다. 도시의 구성요소들 간의 관계를 맺고 끊으며,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양상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일이 계획과 설계라고 할 때, 과연 지금 말하는 도시디자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도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도시디자인이 진정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도시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미래의 도시모습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도시는 시민들이 즐겁게 살아가며,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에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디자인해두어야 한다. 우리가 녹색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도시는 생태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적으로 다양하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고, 사회정의가 살아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다. 이런 도시 만들기가 바로 도시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양윤재(전 서울대 교수·국가건축위원회 위원)

<출처: 영남일보>

참고사항. =============
양윤재  정무직공무원
출생 1949년 2월 21일
학력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 경력 2004~2005 서울시 행정2부시장(차관급)
2003.01~2004.07 서울시 환경보전정책보좌관 겸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
1981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사업에 투신했다가 4억 뇌물수수로 구속되었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되고나서 특사로 사면되고
서울대 복직 논란으로 무산되고, 국가건축위원회 위원(장관급 수준)으로 발탁됨.

1992년 저소득층의 주거지형태연구 <양윤재 지음> --- 관심이 가는 책인데요.

위 글 내용이 진보성이 있어 보이는데, 과정과 결과가 안좋네요.
어찌 서정주 시인의 인생역정과 닮은 꼴내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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